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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존기

뉴욕 주간 일기 - 2024/11/18-2024/11/23

 

날이 점점 추워진다. 

이번주는 그래도 저번주의 우울함을 발판삼아 여러가지를 시도해봤고 

그래도 좋은 결과를 가지고 교수님들과 얘기해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도 한가지 생각이 든게 있다면, 

나의 결벽증과 자존심이 정말 하찮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완벽할 수 없고, 분명히 모자란 점이 많기에 배우러 여기에 온 것인데 

다른 동료들에게 내 일에 대해서 의견을 한번 달라는 말이 왜이렇게 어려운건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사실 수학에 미친 플라비아노가 아니었다면

내가 얻은 내용물이 실패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한참 교수님들과 고민했을 수도 있다. 

근데 동료 포닥에게 한번 물어본 것 만으로도 일이 해결된다니...

난 정말 아직도 갈길이 먼 것 같다. 

 

이런 반성에 감동까지 끼얹은건 파스타 교수님이었다.

그에게 내가 얻은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는데, 

갑자기 "너는 이 과정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 같니?" 라는 질문을 하셨다.

당연하죠! 라고 대답하고 그를 쳐다보니

그는 다시, 

"그러면 이렇게 배워나가는 과정이 즐겁니?" 라고 물어봤다. 

 

근 두달동안 혼자 익숙하지 않은 내용들을 가지고 낑낑대느라 감정적으로 밑바닥은 쳤고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니 급하게라도 결과는 내야 할 것 같고

내가 미국 한번 와보겠다고 결심해서 한국에 버리고 온 모든 것들이 가끔 그리워져서

내 선택에 대한 의심만 키우는 그 과정이 즐거웠나?

솔직히 고통 그 자체였다.

 

근데도 중간 결과 하나가 좀 잘 나왔다는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공부 방식을 좀 다르게 바꿔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그리고 그런 기회를 정확하게 잡은 것 같아서 안심하게 되는 마음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고 그에게 대답하는게 어렵지가 않았다. 

 

"너가 그렇다면 된거지!" 라고 웃으면서,

파스타 교수님은 이내 미국에서의 혼자의 크리스마스 일정을 물어봐주셨다.

"우리 연구실은 크리스마스때 분명 재밌는걸 할거니까 기대해" 라고 말하며 동네 이탈리안 샌드위치 집도 추천해주는 그. 

솔직히 매주 뭔가를 보고하러 갈때, 나를 얼마나 무시할까 걱정하면서 그의 대답 하나하나에 상처받을 생각으로 가는데,

생각해보면 교수님은 매번 내가 혼자 여기 와서도 잘 지내는지, 

밥은 잘 챙겨먹는지, 한국은 그립지 않은지 물어봐주신다. 

그도 타국에서 적응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기분이 묘해졌다.

 

Arrogant 라는 단어가 정말 잘어울리는 교수님인데 

그런데도 가끔 이렇게 나를 챙겨주시는걸 보면 

좋은 상사를 잘 만났다는 생각에 감사하게 된다. 

 

앙교수님은 정말 엉뚱맞게도 이런 결과를 보고하면 

역시 그 Mathematical weirdos! Great! 하면서 막말을 하신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방향으로 이 연구를 끌고갈 수 있을지 마구마구 아이디어를 뿜어내는데

에너지가...

아니 이런 에너지는 대체 어떻게 본받을 수 있는 것인가. 

알 수가 없다. 

그러면서 "부인의 불륜남을 죽인 리차드 기어가 감옥에서 출소해서 다시 부인과 알콩달콩 사는 영화" 를 찾기 위해 

내 옆에서 30분동안 영화 이름을 읊는 그 열정...

이인간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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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맛도리 발견이 꽤 있었다. 

 

[ Whistle & Fizz ]

https://maps.app.goo.gl/4Zvg3WtWezGWfhyb9

 

Whistle & Fizz · 254 Greene St, New York, NY 10003 미국

★★★★★ · 커피숍/커피 전문점

www.google.com

카페 탐방중에 들어가게 된 가게인데, 

커피종류도 있지만 콜드 브루 티 음료를 판다. 

 

 

Nitro Jasmine Milk Tea 시켜서 마셔봤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다. 

모든 메뉴를 다 마셔보고 싶음... 맛도리 맛도리 

 

 

 

 

[ L'Industrie Pizzeria ]

https://maps.app.goo.gl/V2WSMjPnyHDRz2fRA

 

L'Industrie Pizzeria · 254 S 2nd St, Brooklyn, NY 11211 미국

★★★★★ · 피자 전문점

www.google.com

저번 FINI Pizza 에 이어서 주말만 되면 사람들이 줄 서 있는 피자집 

궁금해서 나도 가봤다.

유명 피자집이랑 가까우면 좋은건 포장해서 집에 슉 올 수 있다는 거쥬 

내가 고른건 Burata, Fig Jam & Bacon, Anchovy 였다. 

부라타 치즈 올라간게 엄청 맛있었다... 

하지만 FINI의 tomato pizza 를 뛰어넘는 충격까지는 아니었다. 

화이트 피자 종류 자체는 여기가 더 맛있는듯? 

 

 

 

 

[ Panineria NYC ]

https://maps.app.goo.gl/snNxQLpUvtebh1mz6

 

Panineria NYC · 9 E 8th St, New York, NY 10003 미국

★★★★★ · 샌드위치 가게

www.google.com

나에게는 철칙이 있는데,

이 물가 높은 뉴욕에서 절대 점심은 MealPal을 제외하고 따로 사먹지 않겠다!!!! 라는 거였다. 

하지만 MealPal 예약도 못하고

집에서 도시락도 싸오지 못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나가서 먹어야 하는데 

그러다가 발견하게 된게 이 집...

 

무려 감자 포카치아에 모짜렐라, 토마토, 이탈리안 햄을 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준다.

원래도 더럽게 먹는 인간이라 이것도 엄청 흘리면서 먹었는데 

와 진짜 미친맛이었다. 

당연히 두끼니 먹을 양이라서 다음날 아침에 반쪽을 다시 데워먹었는데 

그래도 맛있어...

미친거 아닌가....

중얼중얼대며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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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며가며 흥미로운 것들도 많이 본다. 

이쁜 까망 이상한 차라던가,,,

옆옆건물에 불이 난다던가,,,

 

이 기묘한 도시에서 살아남는게 꽤나 힘들지만 그래도 즐겁다. 

다음주에는 슬슬 이케아에서 이사집에 장말할 것들을 주문해야하는데 

블랙프라이데이라 그런지 옷 세일 광고가 자꾸 내 눈을 끈다.

하지만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은 세일을 안하지...

파타고니아라던가...

슈프림이라던가...

 

파타고니아에서 중간날씨 패딩 주문해서 다음주면 오는데, 오늘 슈프림가서 뭔가 두꺼운 패딩 하나 입어보니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10만원 차이인데... 갈아타..? 아냐... 얇은 패딩이 사고 싶었던거잖아...

근데 이게 더 이쁜데...? 

혼자 흔들리는중. 

 

돈 많이 벌고 싶다 헿